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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엄마의 보통날

아기의 돌, 엄마의 소회(所懷)

by 또리맘님_ 2021.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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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 땐 돌이라는게 사실 유난이라고 생각했어요. 

예전에나 아기가 살아남기 힘들었지 요즘 같은 세상에 아기 한 살된게 뭐가 그리 큰 일이냐 했었지요.

그런데 아기를 키워보니, 돌은 정말 커다란 일이더라구요. 일단 아기의 변화가 참 크잖아요.

태어나서 빛과 어둠도 구분 못하고 그저 본능에 의지해 엄마 젖을 찾아 입을 벌리던 아기는 생후 1년이 되어 스스로 걷게 되었어요.

 

어디하나 쉬운게 없었어요. 

눈을 뜨는 일, 목을 바로 세우는 일, 뒤집고 되집는 일, 스스로 앉기까지 했던 수많은 연습들,

아기는 젖을 먹고 그 힘을 온통 사람이 되는데 쓰는 것 같았어요. 곁에서 지켜보니 정말 용하고 장하더라구요.

 

제가 필라테스를 하면서 억 소리가 나면서 제발 그만하면 안될까요 소리가 목 구멍에 차올랐었는데 

그 때 저희 아기 생각하면서 열심히 했어요. 몸에 근육이 하나도 없던 아기도 이렇게 매일을 연습하고 노력하는데 

엄마인 내가 아기보다 못해서 되겠느냐. 하는 생각이었어요. ㅎㅎ 웃기죠? 저는 진심이었답니다. 

 

엄마는 또 어떻구요.

엄마도 엄마가 되기 전엔 그냥 남편이랑 꽁냥대는 새댁이었는걸요. 

아기는 낳으면 알아서 크는 줄 알았는데, 낳고보니 스스로 할 줄 아는게 하나도 없더라구요.

이유도 모른채 2시간 내리 우는 아기를 붙잡고 미안해 울지마 무작정 달랬어요.

젖도, 분유도 주는 법이 따로 있더라구요. 그걸 출산 전에 아무도 설명을 안해줬는데 어떻게 알았겠어요.

낮밤없이 우유주고, 20분 안아서 트름시키고, 금새 깨면 도돌이표인 삶에서...첨엔 제가 없어지는 줄 알았어요.

 

아기 50일 되었을 때 쯤 이사를 하고 밑 빠지는 고통에 3일을 못 일어나서 

전기장판을 켜고 15분에 한 번씩 아랫배에 찜질팩을 바꿔가며 누워있는데, 

간호해 주시던 친정엄마께 이럴거라고 왜 이야기 해주지 않았냐고 원망했어요.

여자 인생은 임신과 출산 전 후로 나뉘는구나. 내 여자 인생은 끝났다.

그 때의 제 생각이었지만 키우고 나니 예쁜 천사가 옆에 와있네요.

 

돌은 아기도 엄마에게도 긴 이야기가 있는 날인 것 같아요.

세상 모든 엄마들께 존경의 인사를 보냅니다. 

 

 

 


윤종신 <O my baby>

 

내 손가락 움켜쥐던게 니가 내게 했던 첫 인사인것 같아  

힘든 하루 엄마가 된 너의 엄마와 난 그득히 고인 눈물이 첫 인사 

우연일지 모를 파파에 날 부르는 거라고 우기던 가슴이 

밤새 아파 울음 그치지 않는 날은 한없이 한없이 타들어가고 

Oh My Baby 놀라운 세상 내가 바껴진 하루 너 우리에게 온 날부터 

Oh My Baby I love you 맘껏 기지개를 펴 

너의 걸어가야 할 길은 힘들때도 있지만 그래도 아름다워 

뒤뚱뒤뚱 나에게 온다 조그마한 발바닥이 너를 옮긴다 

안기려고 팔을 뻗는 너의 숨소리 한없이 한없이 행복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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