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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엄마의 보통날

육아일기 + 산후 필라테스 44회차 운동 일지

by 또리맘님_ 2021.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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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새벽 5시 반에 깼다. 요즘엔 일어나는 시간이 들쑥 날쑥하다. 

감기는 눈을 부릅뜨고 아기에게 우유를 데워주고 아침으로 먹일 오트밀을 만들었다.

순식간에 270ml를 먹어치우는 아기를 보니 게으름을 피울 수가 없다.  

날씨가 으스스하게 추웠다. 한파주의보라더니.

바닥엔 보일러가 뜨끈하게 들어오는데 창에서 바람이 휘이 들어온다. 

7부 내의를 입은 아기가 혹 감기나 걸릴까 얼른 기저귀를 갈고 긴 팔 옷으로 입혔다. 

그리고 놀고 있는 아기의 옆에 누웠다. 여름 잠옷을 입어서 금방 한기가 느껴졌지만

내 잠옷까지 갈아입기엔 너무 졸렸다. 눈을 감고 생각했다.

아기 챙기는 것의 반 만이라도 내 자신을 챙긴다면 참 좋을 텐데.

 

 

흐드러지게 내리는 눈을 헤치며 후드티를 뒤집어쓰고 수업을 받으러 갔다.

그래도 즐거운건 오늘은 더 나은 내가 되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수업이 끝난 후의 커피 한 잔은 단순한 커피 한 잔이 아닌, 

아기와의 시간과 공간에서 잠시 떨어져 나를 되돌아 보고 정리하는 시간이다. 

 

 

 

 

며칠 전 포시즌스 호텔 피트니스 센터에 갔을 때, 아기를 남편에게 맡기고

수업 때 배운 대로 폼롤러로 스트레칭을 하고 런닝머신 위에 올라갔는데 

낯선 곳에서의 운동에 처음은 조금 위축이 되었다가 점점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운동하는 기분이 아니라 온전히 나 혼자 쉬는 기분이었다. 

체크아웃 전 40분의 운동이 호텔에서의 스테이를 완벽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다시 본 내 아기는 더 예쁘고 더 반가웠다. 

 

 

오늘은 보수 위에서 점핑으로 웜업을 했다.

지난번에 삐끗한 발 땜에 못할까봐 걱정했는데 오늘 컨디션이 괜찮아서 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보수 위에서 바른 자세로 뛰려면 내전근과 하복부의 힘이 필요하다.

임신과 출산을 겪으며 가장 약해진 근육이다. 

그리고 리포머 위에서 허벅지에 공을 끼워넣고 브릿지를 했는데

내전근에 힘이 없으니까 발 바깥쪽만 쓰게 되어서 블록으로 바꿔 끼고 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허벅지 뒷쪽과 내전근의 떨림은 없는 근육을 새로 만드는 수준의 괴로움이었다.  

누워서 강사님을 바라보니 출산 할 때 수술대 위에 누웠던 생각이났다.

(선생님! 저 살 수 있는거죠?)

 

리포머 브릿지 

 

그리고 발을 브이자로 만들어 리포머를 발로 차 위로 올라가는 동작을 했는데 

이것 역시 내전근 힘이 많이 들어간다. 그래서 자꾸 발 날 바깥쪽만 쓰려고 한다. 

캐딜락에 폼롤러 끼고 옆으로 누워서 안쪽다리 들어 올리는 동작도 했는데 굴욕적으로 잘 안 됐다.

그래도 강사님은 어쨋든 힘이 들어 가는 걸 느껴야 한다고 계속 하도록 하셨다. 

집 나간 근육이 꼭 다시 들어왔으면 좋겠다. 

어제 밤 아기 끌어안고 꼼지락대면서 행복감에 둘째 생각이 잠깐 났었지만

내 몸이 다시 한 번 같은 걸 겪어야 한다는 생각에 정신을 차리게 된 오늘의 필라테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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