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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엄마의 보통날

책 갉아먹는 아기와의 사투와 깨달음

by 또리맘님_ 2021.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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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아기는 저를 종종 깨물곤 해요. 
제 블로그 이웃님들은 저와 아기의 첫 훈육(=기싸움)을 기억하실거에요. 
2021.02.05 - [보통의 육아] - 12개월 아기 첫 훈육, 과연 성공했을까?
혼을 내도 그 때 뿐인지라 이번엔 제가 우는 척을 했어요. 엉엉엉, 아야아야. ㅠㅠ 
인기척이 없기에 고개를 들고 보니 아기의 눈시울이 붉어져있더라구요. 
미안함의 감정이겠거니 하지 않나요?
그래서 끌어안고 "엄마 아야해, 다신 깨물지마." 하다가 또 깨물렸어요. 
 
 
어제는 놀이터에 갔는데 딱 저희 아기 또래 13개월 아가가 있어서 금방 친구가 되었어요. 
그런데 저희 아가만 뽈뽈거리며 다니면서 땅에 있는걸 다 주워먹고 다니는거에요. 
굴러다니는 나뭇잎, 아주 조그마해서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스티커,
언제 먹었는지 누가 버려놓은 대일밴드가 입에 들어있어서 기겁하고 빼내기도 했어요. 
"하지마, 더러워, 지지, 먹는거 아니야" 따라다니면서 말해도 듣지도 않아요. 
그 아기는 엄마가 하지 말라고 하면 안한대요. 저희 아기만 그런 것 같아서 제 고민이 깊어졌어요.  
 

 
오늘은 책을 잘 보다가 갉아 먹길래 못 갉아먹게 했죠. 처음도 아니에요.
이제는 눈치가 빠삭해져서 식탁 밑으로 기어들어가서 숨어서 갉아먹고, 소파 뒤에 숨어 갉아먹고,  
책을 들고 아무도 없는 방으로 들어가서 갉아먹고, 제 딴엔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써서 갉아먹어요.
책 먹는거 아니라고 못하게 하고 혼을 냈어요. 울면서도 책을 들고 먹더라구요?
오기가 생겨서 책을 뺏았더니 더 뒤로 넘어가더라구요.
 
그러다가 이런 글을 보게 되었어요. 
 

<출처:차이의놀이>

 

아기들은 입으로 탐색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그림책도 입으로 가져가는 것은 당연합니다.

아기에게 안된다고 소리치면 자존감도 낮아져요.

 
그리고 불현듯 깨달았어요. 저희 아기와 저의 작은 갈등들은 모두 구강기와 관련된 것이였어요.
깨물기, 책 갉아먹기, 땅에 떨어진거 주워먹기.
호기심에서 비롯된 것들이자 입 안에 넣고 맛 보고 탐색하고 싶은 본능에서 비롯된 것들이요. 
 
 

<구강기> 
출생시부터 약 1살 반까지의 시기로 입, 입술, 혀, 잇몸과 같은 구강 주위의 자극으로부터 아동이 쾌감을 느끼는 시기를 말한다.
따라서 빨고, 씹고, 깨무는 행동이 쾌감을 가져다 주는 주요 원천이 된다.
이것은 구강 주위가 자극을 받으면 어떤 종류의 본능적인 에너지가 방출되고 긴장이 해소되기 때문이다.

 
 
저희 아기같은 경우에 실제로 호기심이 강한 편이고 에너지도 많은 편이에요.
그래서 어떤 식으로든 자신만의 방법으로 해소를 했던 것이었어요.
그것도 모르는 엄마는 남의 아이들과 비교를 하고, 하지말라고 혼을 내고 눈물바람을 만들었어요.
불현듯 깨닫고나니 어찌나 미안하던지 잠이 오질않았어요. 
 
그깟 책이 뭐라고 좀 물게 둘 걸. 
어차피 다 지나갈 한 때의 과정인 걸, 그걸 크게 못 봤구나. 
 
생각해보니 아기가 갉아먹은 책들은 아기가 많이보고 좋아한 책들이에요. 
궁금해서 온 몸으로 탐색하고 싶었나봐요.
이제는 니가 이만큼 좋아했던 책이라고 갉아먹어도 훈장처럼 둘려구요. 
그리고 다짐했어요. 남의 아기가 어떻든간에 비교하지 말 것. 그리고 내 아기를 믿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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