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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육아팁공유

깨물고 할퀴는 아기의 해결책, 그리고 부모의 교육방향

by 또리맘님_ 2021.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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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금쪽이는 돌 이전부터 16개월 정도까지 저를 심하게 깨물었어요.
온 몸이 멍투성이인 제 팔 다리를 본 사람들은 다들 무슨 일이냐고 조심스럽게 물을 정도였어요.
18개월인 현재, 깨문다거나 할퀸다거나 하는 행동은 더 이상 하지 않아요.



이 글은 걷고 뛰는게 자유롭지 않은 영아에 해당되는 이야기에요.
공격성으로 보여지는 행동을 하는 아기에 대한 해결책 및 제가 느꼈던 점을 서술할 예정입니다.
아마 긴 글이 될 것 같아요.
기저귀를 뗐다거나, 어느 정도 성장을 끝낸 아기라면 글을 지나치시고 상담을 받으시길 추천해요.



저희 아기 돌 때 쯤? 돌이 되기 전으로 기억해요.
언제부터인가 저를 깨물기 시작했는데, 이가 몇 개 없을 때는 그저 귀엽다가...
아랫니가 쏙 하고 나기 시작하고... 다른 이가 나면 날 수록 깨물리면 너무 아팠어요.
나중에는 보이는대로 맹수처럼 물어뜯는데 안 물려본 사람은 모를거에요.
조그만 아기가 온 힘을 다해 깨물고 심지어 뜯을 때는 진짜 아프다는거..
저는 인간치발기가 되어서 제 온 몸은 팔 다리 목덜미 할 것 없이 멍으로 뒤덮혔지만
공격이 너무 급작스럽고, 안고 만지고 재우는 일반적인 양육과정에서 물리는거라서 피할 수가 없었어요.
주변에 아이 다 키운 엄마들한테 물어봐도 이런 경우는 잘 없더라고요?


아래는 제가 여러 사람들에게 들었던 질문들이에요.


- 치발기 줘봤냐? 치발기 단계는 지나간지 꽤 되었던 시점이었어요. 치발기는 거들떠도 안 보던 시기.
- 안 혼낸거 아니냐? 엄하게 혼냈어요. 울면서 안기려는데 끝까지 안 안아주기도 해봤고요.
- 똑같이 해봐라? 똑같이 깨물어도 봤어요. 이것 봐 '아야'하지? 엄마도 '아야'해. 해도 그 때 뿐이었죠.
- 안 아프게 깨문거 아니냐? 그럼 돌쟁이를 아프게 깨물까요?
- 깨물때마다 부정적자극=때치를 해라. 때치때치도 해봤어요.
- 안 아프게 때린거 아니냐? 그럼 돌쟁이를 아프게 때릴까요? (내새끼 아니라고 함부로 말씀마세요..)


일단 제가 썼던 저 위의 방법들은 모두 비추천해요. 왜냐하면 아기가 학습능력이 없더라고요.
특히 울던 아기를 쳐다도 보지 않고 너 미워, 싫어, 저리가. 엄마 아야해. 했을 때 아기가 오열하고
저한테 안기려고 했지만 안 안아줬던 그 날, 그리고 결국 제 품에서 작은 어깨를 흔들며 흐느끼고 잠들었던 그 날.
이 정도면 되었겠지 싶었는데 다음 날 해맑게 다시 저를 깨물던 아기를 보고 느낀건....
영아에겐 훈육이 안먹히는구나. 괜히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 마음에 생채기만 줬구나.
다시는 이런 식으로 훈육하지 말아야겠다였어요.
옳은 방법이 아니라는건 알았지만 저한테는 정말 마지막 방법이었거든요.
참고로 아이는 판단능력이 3살 이후, 전두엽이 성장한 후에 생기기 때문에 이 전엔 훈육이 불필요하다고 합니다.
▶︎ 이 날의 기록
2021.02.05 - [보통의 육아] - 12개월 아기 첫 훈육, 과연 성공했을까?

상담을 받기로 마음 먹은건 아기가 또 깨물까봐 무서워서 저한테 달려들면 본능적으로 아기를 막기 시작했을 때에요.
아기를 거부하면서 육아를 할 수는 없고, 또 마음껏 아기를 안고 싶었어요.
그래서 15개월이 막 끝나고 16개월이 되었던 시점에 상담을 받았고,
그간의 모든 수수께끼들이 풀리는 느낌이었어요. 아래에 제가 상담받은 내용을 공유할게요.


제대로 걷지도, 뛰지도 못하는 어린 아기들은 내 몸에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게
손이랑 입밖에 없잖아요? 아기들은 이 손과 입으로 에너지를 분출한다고 해요.
그런데 태생적으로 특히나 이런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들이 있어요.
입의 에너지, 손의 에너지가 큰 아이들인데요. 이런 아기들은 목소리도 크고 우렁차대요.
(저희 아기 조리원에서 스스로 속싸개 탈출해서 손 뺐어요...)
그런데 이런 에너지가 분출이 되지 않으면? 입은 깨무는걸로, 손은 할퀴는걸로 표현이 되는데
이건 공격성이 아니라, 제 맘대로 몸을 사용할 수 없는 아기들에게는 넘치는 입과 손의 에너지를 분출하는 방법인거에요.


- 하지만 저는 매일 한두시간씩 밖에서 산책시켜주는걸요?
보통 에너지를 분출시키려고 산책시키거나 해주는데, 이건 다리를 쓰는거지 입이랑 손을 쓰는 활동이 아님.
물론 산책하며 손을 써서 뭘 한다면 해당이 되겠지만 걷는거 뛰는 건 다리 운동밖에 안됨.


어른들도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 여러가지가 있잖아요?
(1) 집에서 핸드폰하고 티비보며 며칠 내내 가만있어도 괜찮은 사람,
(2) 집에 있는걸 좋아하지만 가구 옮기고 요리도 하고 움직여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
(3) 무조건 밖에 나가야 하는 사람. 그러나 정작 카페 안에서 시간 보내는 사람.
(4) 무조건 밖에 나가서 등산도 하고 사람도 만나고 움직여야지 직성이 풀리는 사람.

깨물거나 할퀴는 아기의 경우를 빗대어 본다면,
아기의 성향은 무조건 밖에 나가서 풀도 뜯고 흙도 파고 개미도 잡고 해야하는데
엄마는 몬테소리 하겠다고 센터 안에 넣고 숟가락으로 물건 옮기기 가르치는 거죠.
왜 우리아기는 집중을 못할까, 왜 자꾸 돌아다닐까 그러면서.


그럼 아기는 에너지를 분출할데가 없고 결국 깨물고 할퀴고 이런 결론이 나요.
나아가서 다리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면 발로 차는 지경까지 갈거라네요.
아기 교구들이 머리쓰는게 많잖아요. 인지능력 발달시키는.. 예를 들어 링끼우기, 도형맞추기 같은거요.
저희 집 장난감들을 생각해보니 정말 아이의 넘치는 에너지를 쓸 만한 장난감이 거의 없더라구요.
기껏해야 자동차 밀고 다니고, 과일모형 몇 개 있고..


손 에너지를 쓸 만한 활동은 어떤거냐면
예를 들어, 줄 다리기 (잡아당기기), 찍찍이 붙였다가 떼기, 쌓은 블록 와르르 무너뜨리기
편백놀이 (편백 만지기), 반죽 뜯기 놀이. 책도 사운드북처럼 누르면 바로바로 반응이 오는 그런 책.
듣고 바로 감이 오더라구요.
손 힘을 사용할 수 있는 이런 활동을 하며 놀아줬어야 했던거에요.


입의 에너지는 먹는 걸로 충족을 시키는건데요.
부드러운 음식보다는 사각거리고 아삭거리는... 배추, 오이 이런 종류의 음식같은거요.
껍질을 벗기기보다는 껍질 채 줘서 씹을 힘을 쓸 수 있도록.
작게 잘라 주기보다는 크게 잘라서 본인이 먹을 수 있도록.

놀랐던게 저희 아기가 오이랑 배추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울다가 오이줄게 하면 뚝 그치고 기다릴 정도에요. 18개월에 말할 줄 아는 단어도 몇 개 없는데 그 중에 오이가 있어요.
자기한테 맞는 음식이 있었겠죠?
그 이후 하루에 오이 하나씩 줘요. 껍질 안 까고 주니까 속만 파먹길래 껍질은 벗겨내서 주고 있어요.
그 밖에도 저는 사용하지 않았지만 손 끝 발 끝에 감각이 집중되기 때문에 지압매트같은 것도 추천하셨어요.


저희 아기한테 벨크로 타입의 소꿉놀이 과일을 사줬었는데 그거 뜯고 노는걸 그렇게 좋아하더라구요.
자석 타입 안사준게 어찌나 다행인지. 저희 아기처럼 에너지 큰 아기들은 무조건 벨크로타입으로 사세요.
장난감 하나라도 힘을 사용하는걸로요.
그 다음부터는 제가 어떤 장난감을 사줘야 할지, 어떻게 놀아야 줄지가 명확하게 보였어요.

이렇게 놀아주고 나서 보름도 채 안 되어서 깨무는 행동이 눈에 띄게 줄었고요, 지금은 전혀 깨물거나 하지 않아요.
할퀴려는 행동은 막 시작되는 시점에서 같이 소멸되었어요.
제 노력의 결과인지 아니면 구강기의 끝이라 그런지는 잘 모르겠네요. 시점이 비슷해서요.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닳은게 있어요.

'교육은 내가 시키는게 아니라 내 아이의 성향에 맞춰가는것' 이라구요.



저희 부부는 또리가 첫째라서 모든 아기들이 또리처럼 힘이 세고 활발하고 목소리도 크고 행동범위도 넓은 줄 알았어요.
공원에 데려가면 흙 만지고 언덕 뛰어 올라가고 놀아요. 제 손도 안잡아요.
그래서 아이 키우는게 체력적으로 너무 힘든 일이구나를 매일 매일 느꼈어요.
어떻게 다들 둘째를 낳을 생각을 하지? 강한 의문을 가지면서요.
그런데 15갤, 16갤. 점점 지나니까 아이들마다 성향이 확실히 보이는데 정말 키우기 쉽겠다 싶은 아기들도 있더라구요.
조용히, 차분히, 마스크 끼라면 잘 끼고,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게 살곰살곰 꼼지락꼼지락거리면서 노는 아기들이요.
이런 아기들은 정적인, 인지능력, 집중력, 인내심을 요하는 교육이 찰떡일테지만,
그냥 저희 아기는 트니트니가서 한바퀴 구르고 시작한 다음에 뛰어다니고 박수치고 다녀야 하는 아기인거에요.
이건 엄마가 정해줄 수 있는게 아니라고 느꼈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제가 아이를 앞서 가지는 않을거에요.


아이가 유치원에 갈 연령이 되었는데 유치원에 보낼까, 어린이집에 계속 보낼까? 하는 질문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요,
유치원은 이런점이 좋다더라.어린이집은 이런 점이 좋다더라가 아니라,
내 아이의 자조성을 살펴야 하는거라고 하더라구요.
자조성이 높으면 유치원, 아니면 어린이집이요. 이건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거잖아요.


취미를 가르칠 때도 발레가 자세에 좋다더라, 피아노는 기본이다. 남들 이야기 말고
내 아이의 성향을 살펴서 시켜야 할 것 같아요. 참고로 저희 아기같이 활달하고 에너지레벨이 큰 경우는
도예가 좋다고 하네요. 언뜻 정적인 활동같지만 흙 치대고 빚는 과정에서 쓰이는 에너지가 큰 가봐요.


저는 오래 전 부터 아들을 갖고 싶었어요. 남자답고 씩씩한 아들 한 명이요.
학교 마치면 씽씽 자전거 타고 집에 와서 책가방 던지며 엄마 밥 줘! 하는 아들 있잖아요.
그게 제 꿈이었는데, 삼신할매님이 요 놈이 너한텐 딱이다 하고 주셨나봐요..
저 같은 넘치는 에너지를 가진 아들 딸 맘님들, 오늘도 힘차게 같이 육아해보아요!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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