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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기타 리뷰

[밀리의 서재 책추천] 그러라그래 / 양희은

by 또리맘님_ 2021.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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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레 해야하는 일은 해치워 놓기 바빴지 소중히 여기지 못했던 것 같다.
따지고 보면 매일같이 하는 일들이 곧 내 일상의 뼈대가 되는 일이니 더 아껴가며 대해주어야 하는데도 말이다.

작가인 양희은씨는 티비에선 호통치는 무서운 아줌마같은 느낌인데
벌써 일흔이나 되셨다고 한다. 그런데 노인같은 느낌이 없다. 꼰대같은 느낌도 없고.
책 내용도 이렇게 살아라, 살아야한다가 아니라 그저 누군가의 일상 전반을 전시회 관람하듯 두루두루 구경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삶이 아름다운 그림들 처럼 잔잔하고 여유있어서 보는 이가 다 편안했다.


아기 키우는 엄마로 일상에 쫓기고 할 일에 허덕이며 내걸 포기 해야 할 때도 많고
그저 살아내는 느낌으로 살고 있었던 것 같은데, 세상을 좀 느리게 살아야겠단 생각을 했다.



밑줄 친 구절들

함께 살아갈 친구들도 냉면처럼 단순하게 꾸려가고 싶다.
이 사람 저 사람 필요 없이 나를 알아주고, 마음 붙이고 살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한 명이라도 좋다.
고명 하나 없는 냉면처럼 나의 일상도 군더더기는 털어내고 담백하고 필수적인 요점에만 집중하고 싶다.
<p460>


살면서 인간관계로 괴롭지 않을 수 있겠냐만은, 적어도 친구관계로 인해서 괴롭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얽히고 섥힌 관계들 속에서 친구는 적어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관계이기에 크게 동감하는 구절이었다.

나이가 들어가며 소소한 인간관계로 신경쓰고 싶지 않다.
만약 누군가로 인해 힘이 든다면 그 누군가는 적어도 친구는 아니어야 할 것이다.
같이 늙어가서 좋은 친구. 문득 생각나서 잘지내냐 묻기가 껄끄럽지 않은 친구.
오래 두고 아껴 보고 싶은 친구. 할 말이 떨어져도 그저 그런대로 그 침묵도 어색하지 않은 친구.
내가 소중히 여기는 관계들. 그러한 관계들만 친구로 주변에 남겨두고 싶다.

 

 

미련한 성격 탓에 맞서오는 파도를 피할 줄도 모르고 온몸으로 맞고 선 때도 있었다.
<p417>


파도를 피하는 법을 사실 잘 모르겠다. 애초에 피할 수 있다는 생각을 못했다.
쏟아지는 물 세례를 온 몸으로 맞고 이겨내려고 노력했음 했지 늘 파도를 피하지 않고 살아왔다.
이게 미련한 성격이란 거구나.
그래도 문장이 과거형인걸로 보아서 나도 언젠가는 지혜로워져서 파도를 피할 수 있는 요령이 생기겠지..?
정말 그랬음 좋겠다. 아님 내가 너무 힘이 들기에.

 

 

집에 누가 들락거리는 것도 기운을 흐트러트리는 일이라 손님을 맞거나 밥 차리는 일도 피한다.
마음을 단단히 여미고 임한다. 애써 지키지 않으면 일의 뒤끝이 씁쓸해지기 때문이다.
<p262>


큰 일을 앞두고의 마음가짐이나 태도가 나랑 참 비슷하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그걸 어떻게 표현할 지 몰랐고 작가는 그걸 이렇게 표현했다는 점에서 참신했다.

 

 

여행은 사실 떠나는 순간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왜 편한 집 놔두고 고생길에 또 나섰을까.
그럼에도 떠나는 이유를 말해보라면 나는 '짐을 챙기는 시간이 좋아서'라고 대답하겠다.
"이건 필요 없으니 빼자" "이건 꼭 챙겨야겠네" 하면서 이것저것 물건을 고르는 과정을 즐기는 것이다.
<p.477>


여행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여행에 대한 설렘이 없어졌다.
일정표에 일정이 하나 더 늘어나는 느낌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새로운 곳에 대한 호기심도 사라진지 오래다.
짐을 싸고 푸는게 과정은 귀찮을 뿐이었다. 그래서 당일에 바삐, 대충 싸서 훌쩍 가기 바빴다.
그런데 짐을 챙기는 시간이 좋아서 여행이 좋다니 쇼킹했다.
작가의 여행에 대한 태도를 본받을 만 하다고 생각했다.
작가는 여행 뿐 아니라 작은 소소한 일상들을 귀히 여기고 소중히 대접해 줄 줄 아는 사람이었다.

 

 

늘상 나는 아침 6시에 일어나 개를 산책시키고 남편과 가래떡을 구워 아침을 먹는다.
기름을 두르지 않은 프라이팬에 누룽지처럼 노릇노릇하니 구워서 조청을 찍어 먹은 후
후식으로 과일과 커피를 마신다. 남편의 도시락을 싸고 곧바로 샤워한 후 집에서 나오기 전까지가 아침일과다.
<p.493>


자신의 삶에 집중하고 그것을 지켜내는 것은 일단은 성실함이 바탕이 되어야 하고, 집중력이 꽤 필요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작가가 영리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소소한 일상의 나열이 여유있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결국 삶을 이루는 것은 순간의 나니까, 나 역시 모든 순간에 같은 무게를 두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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