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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엄마의 보통날

[육아에세이 #3] 어른들의 말말말

by 또리맘님_ 2021. 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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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초보 엄마이지만 내 육아에 나름대로의 철칙과 스타일은 있다.
가령 위험하거나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행동이 아니라면 웬만해선 하지 말라는 제지를 하지 않는다.
아이의 자유의지를 존중하려는 까닭도 있고, 하지말라는 만류와 제지가 하는데 따른 결과보다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인가에 대한 기회비용을 따져 볼 때 불확실성이 많기 때문이다.

하루는 아이와 나뭇잎 줍기를 하다가 아기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노니 귀여워서 연신 사진을 찍는데
옆에서 아저씨 하시는 말씀이 "얘 엉덩이 차겠어요. 흙이 젖어있어서." 라고 하셨다.
흙에 앉는 것만 괜찮다고 생각했지 찬 흙이란 생각을 못하고 아차 거기까진 생각 못했네..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 좀 더 앉아있어라 하는 심정으로 그냥 두니, 아저씨께서 아마도 난 차라리 안 보련다 하는 심정으로
자리를 떠나시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내가 세심한 부분을 살피지 못했고 아저씨께서 말씀해주시지 않았더라면
끝까지 몰랐을 일이었기 때문에 참 감사했다.
더불어 엄마가 아닌 아이를 주어로 만드는 그분의 젠틀한 화법까지도 멋졌다.




나뭇가지를 주워서 공원을 쏘다니는 아기를 보며 자전거를 타고 가시다가 멈춰 서서
아기 나뭇가지 잡고 다니면 큰 일 난다며 말씀해주신 아저씨도 기억이 난다.
그 분은 내가 나뭇가지를 아기 손에서 뺄 때까지 자전거를 멈추고 기다리고 계셨다.
넘어져 눈이라도 찔리면 큰 일이니 걱정되셔서 그러셨을텐데 역시 내가 생각이 짧았던 부분이었고,
선뜻 본인의 염려를 표시해 주신게 감사했다. 남의 아기인데 신경 안 쓰면 그만이고
괜히 말해서 젊은 엄마의 기분이라도 상하게 하여 톡 쏘는 말이라도 돌아오면 자기 손해인데도
아기가 내 손자같아서 하시는 말씀이실 거다. 그분에게도 감사함을 전한다.


날이 쌀쌀했던 어느 봄 날, 아기를 안고 주차장에서 차를 가지고 오는 남편을 기다리는데
한 외국인 아주머니께서 멀리서부터 나를 노골적으로 빤히 쳐다보며 지나가시는 것이다.
머쓱함에 목례를 했더니 서툰 한국말로 말씀하셨다.
"아기, 모자."
민둥머리 아기의 머리가 찬 바람에 노출되어 있으니 감기라도 걸릴까 하시는 말씀에 감사하였고
또 아주머니들의 오지랖은 만국 공통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슬며시 웃음이 났다.


유모차를 끌고 지하철을 타면 아기에 대한 할머니들의 말씀들로 진이 다 빠질 때도 있다.
어찌 보면 아기에 대한 말씀들이 아니라 나에 대한 말씀이다. 아기 유모차 커버를 씌워라 벗겨라, 아기 춥겠다 덥겠다
뭐 이런 소소한 것들인데 한명이 아니라 여러 명에게 듣다 보면 지치는 건 사실이다. 그래도 감사하다.
아기를 염려해서 해주시는 말씀들이기에, 아이가 내 새끼 같고 손자 같아서 하시는 말씀일 테니.
행여 안 좋은 일이 급작스레 생겨도 우리 아기를 도와주실 분들은 무관심한 사람들이 아닌 그분들일 거라고 생각한다.


이밖에도 아이를 키우며 수많은 말들을 들었다. 그리고 아기와 함께라는 이유 하나로 수많은 배려를 받는다.
나는 세상에 참 무관심했는데, 아기 엄마라는 이유 하나로 생판 남에게 관심을 주시고 조언도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내가 세상에 되갚아야 할 빚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이를 세상에 보탬이 되는 사람으로 훌륭하게 키워 내는 게 그분들께 보답할 수 있는 방법이자 내게 주어진 몫인 것 같다.
앞으로도 이 부족한 엄마에게 많은 말씀 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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