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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엄마의 보통날

[육아에세이] 이마트에서 사온 아기

by 또리맘님_ 2022.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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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한 유머글을 읽었다. 아이가 부모님께 자기는 어디서 왔냐고 질문하니
이마트에서 사 왔는데 영수증을 찢어 버려 반품을 못해서 같이 살게 되었다고 대답했다고
요즘은 다리 밑이 아니라 마트에서 사 왔다고 한다며 유머로 퍼진 글이다.
어른만 재밌고 아이는 속상했을 그 짓궂은 말에 웃을 수가 없었다. 인정컨데 나는 매사 진지한 편이다.


막연히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는 말은 한국전쟁을 겪으며 피난할 때 생긴 말이 아닌가 싶었는데
그 근원지를 찾아보니 훨씬 더 이전에 생긴 말이었다.
1457년, 수양대군이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에 오르자 수양대군의 동생 금성대군이 순흥으로 유배를 오게 되는데,
이때 금성대군이 단종의 복위를 돕기 위해 반란을 꾀하다가 죽임을 당하게 되고
금성대군뿐 아니라 죄 없는 순흥 사람들이 죄다 다리 아래로 끌려가 죽임을 당했다고 한다.
다리 아래 10리 밖까지 피가 흐를 정도였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을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때 살아남은 아이 몇을 관군이 서울로 데려다 키우면서 생긴 말이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는 것이다.


나는 어디서 온 걸까? 하는 존재의 근원지가 어릴 땐 궁금할 법도 하다.
꽤 어릴 때부터 이러한 철학적 의문을 가진다고 생각하면 아이들이 작아도 생각은 어른보다 큰 것 같다.
그러나 나의 근원지를 가장 잘 알 것 같은 부모님께 물어봐도 돌아오는 대답은 마트에서 데려왔다라.
차라리 다리 밑이 나을 것 같기도 하다. 거긴 뭔가 사연이라도 있을 것 같지만 마트는 왠지 내가 성의 없이 만들어진 것 같잖아?
게다가 영수증을 찢어 버려 '어쩔 수 없이' 부모님과 같이 살게 되었다는 대답이 더 처참하다.



아기 또리가 신생아였을 때부터 해온 이야기가 있다. "또리는 하늘에서 온 천사야."
정말 엄마 눈에는 천사같이 예뻐서 그냥 한 말인데, 말이 트이고 나서 재미로 한 번 물어봤다.
"또리는 어디서 왔어?"
"하늘"
다 알아듣고 있었구나 싶어 속이 덜컹하면서 뭉클하면서.
"어떻게 왔어?"
"천사"

그다음부터 아이가 잠자기 전에 잠을 뒤척이면 탄생 비화에 대해 알려주는데
그때만큼은 아기가 미동도 없이 귀 기울여 듣는 게 느껴진다. 만 2세 아기도 자기의 탄생 이야기는 흥미로운가 보다.
이야기는 내 기분이 내키는 대로 조금씩 달라지지만 대략 이렇다.

하늘나라에서 별님, 달님, 햇님이랑 놀던 천사 또리가 땅 나라가 궁금하여 땅으로 내려왔는데 그때 엄마를 만났지.
반짝반짝 별처럼 빛이 나고 하얗고 커어 다란 날개를 나비처럼 팔랑이며 내려온 천사를 보고
엄마는 이렇게 예쁜 아기 천사가 어디 있을까 하여 같이 살게 되었는데 다시 하늘나라에 갈까 봐 예쁜 날개는 숨겨놓았어.


이야기를 듣는 내내 광대가 봉긋이 올라온 아기의 표정이 얼마나 행복해 보이는지, 만족스러운 듯 이야기 끝엔 언제나 잠을 곤히 든다.
아직도 잠잘 때 배냇짓을 하고 가끔은 웃음소리를 내기도 한다. 꿈속에서 하늘나라 천사들을 보았을까?


나는 감히 말한다. 부모는 늘, 아이에게 얼마나 존귀하고 가치 있는 사람인지를 말해주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네가 얼마나 예쁘고 아름답게 태어났으며 어떤 의미를 갖고 태어난 사람인지 말이다.
그런 부모의 믿음을 먹고 자라는 아이는 다리 밑에서 주워온 아이들과는 다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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