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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엄마의 보통날

(육아에세이 #14) 힘 빼는 육아

by 또리맘님_ 2022.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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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을 함께한 것 같은 느낌인데 이제 고작 2년 하고도 절반을 함께 살았다니.

아이를 키운 그 동안은 하루하루를 배우고 헤쳐나가는 기분으로 살았다.
게임 퀘스트를 도장깨기 하는 것처럼 수유가 끝나면, 이유식이, 이유식이 끝나면 유아식이
기저귀 단계 신경쓰고 젖병 단계 신경 쓰고, 각종 필수 접종에 검진에 수시로 오는 감기에 장염에
병원을 들락거리고 있고, 아직도 빠른지 느린지 모자란지 잘 크고는 있는 건지 내가 잘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아리송한 채로 아이 한 명 키우는 것도 온 신경이 쓰이는데
그 와중에 둘째, 셋째 순풍순풍 낳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하고 경외스럽기까지 하다.
둘째 계획의 여부를 묻는 질문들에는 난 못해 못해, 딱 잘라 손사래를 친다.


나의 육아에 이름을 붙이자면 '전투 육아'. 아이를 키움 그 자체가 목표인 육아지만 다소 비장하기까지 하다.
남들 다 쉬워 보이는 육아가 나에겐 왜 이리 어려운 걸까.
카카오톡 프로필에 뜬 조동(조리원 동기)의 둘째 출산 소식에 드는 솔직한 감정은 자괴감이었다.


마흔을 바라보는 적지 않은 내 인생은 아등바등 이었다.
뭐 하나 쉬운 일은 없었다. 육아 또한 좌충우돌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간의 경험이 말해주건대 아등바등하는 이유는 잘하려는 욕심 때문이라
실수 없고 후회가 없길 바라는 마음 자체가 욕심이며 부처님은 이 욕심을 내려놓아야 비로소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다 하셨다.
모든 고뇌는 스스로가 만드는 법.
그리 힘 빼고 대충 살기로 마음먹었는데 육아만큼은 초짜라 아직도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


부모의 손길이 많이 필요한 예민하고 겁 많고 소심한 성격의 내가
워킹맘 엄마 밑에서 자라며 느꼈던 결핍들을 내 아이에게만큼은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당찬 포부와 함께
한 번뿐인 아이의 삶에서 엄마와 나누는 모든 시간들이 좋았던 기억으로 남길 바라는 욕심까지 더해져서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혼자서 방패 매고 무장하여 허공을 향해 칼을 휘두르고 있음을 인정할 때가 되었다.

아니, 잘하려는 게 잘못인가요?


뭐라도 배워보려고 육아서를 읽다 보니 훅하고 들어오는 한 마디가 있었다.

쓸데없이 아이를 잘 키워내야 한다는 굳건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내려놓고...


소중한 내 아이를 위해 감내했던 노력들 앞에 '쓸데없는'이라는 표현이 매달리고 나니
황당함에 어이가 없었지만 저만의 이유가 있을 테니 생각을 좀 해보기로 했다.
아이를 잘 키워내고 싶은 내 순수한 마음, 열정적인 사명감과 책임감이 정말 쓸데없는 것이었나..?


남편에게 물었다. 저마다 잘 산다는 것, 성공에 대한 기준이 다르고 그 잣대를 자식에게 투영시킨다.
남편 너는 우리 아이에게 바라는 게 뭐냐?
"음.. 건강?"
"모든 부모가 건강은 베이스로 깔고 가."
"음.. 정신 건강?"


그래, 맞다. 그저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아주면 그게 성공한 인생이다.
거기다가 또 욕심 조금 부리자면, 밝게 자라면 좋겠다. 그게 나와 남편이 우리 아이에게 원하는 것이다.
그저 부디 아프지만 말고 씩씩하게 무럭무럭 자라는 것.
소박한 소망에 비해 엄마로서의 내 책무감이 너무 무거웠던 것 같기도 하다.
아이가 먹는 김이 유기농인지 따져보는 대신에 내가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텐데 말이다.
힘 빠지는 육아 말고 힘 빼는 육아가 되길 기도하며, 오늘부터 내려놓는 육아를 연습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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