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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엄마의 보통날

(육아에세이 #16) 엄마는 사랑

by 또리맘님_ 2022.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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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차 속 갓난아기가 고개를 못 가누고 옆으로 고꾸라져있다. 뒤에 서 있는 아기 엄마는 알 턱이 없지.
안타까움으로 아이를 쳐다보고 있는데, 이때 지나가시던 아주머니 한 분께서 순식간에 아기 엄마에게 한마디를 던지고 대답도 듣기 전에 쏜살같이 사라지셨다.

일명 '치고 빠지기'
상대가 참견이라 느끼기 전에 시야에서 휘리릭 사라져 버림으로써 아기 엄마의 언짢을 수 있을 감정을 원천 차단함과 동시에 자신의 의견은 확실히 전달하는 한국 할줌마들의 대화 기술이다.

아 너무 귀여우셔. 나는 이런 할줌마들의 오지랖이 참 좋다. 그러나 친정엄마의 잔소리는 왜 이리 듣기 싫은걸까?



아기 하원시키고 바깥나들이 간다고 말씀드리니 집에 있지 애 피곤하게 밖으로 끌고 다닌다며
아이가 바깥활동을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딸의 착각이라 신다.

아이가 넘어져 이마에 혹이 크게 났는데 놀라고 속상한 마음에 엄마에게 얘기했더니
돌아오는 것은 '그러게 애를 왜 잘 못 봐가지고 조심 좀 하지'로 시작하는 핵폭탄 잔소리였다.

그럼 엄마가 대신 키워주던가! 했더니 니 애를 내가 왜 키우니!라는 엄마. 딸 육아에 적인지 아군인지 당최 알 수 없다.


아침부터 아이가 19층에 가자고 한다. 19층에 누구 있냐니까 할머니가 있단다.
할머니 집 층수를 어떻게 기억을 하는지, 신기하고 귀여운 마음에 이야기를 할머니께 전해드렸더니 곧바로 대구에서 서울로 ktx를 타고 오셨다.

공식적 행차 사유는 손주가 보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지만 숨은 까닭이 있다.
손주가 넘어져 생긴 혹이 얼마나 큰지 직접 눈으로 보고 싶은 마음과,
사정상 한 주간 아기를 일찍 하원시키며 엎치락뒤치락 고생하고 있을 딸의 눈 밑이 얼마나 퀭할지 염려되는 마음. 그렇게 엄마는 슬며시 오셔서 일주일간 아이를 돌봐주고 가셨다.



애 하나 키우는 것도 벅차보이고, 그렇다고 딸이 없어서 행여 내가 나이 들면 외로울까 걱정이 되셨는지 물어보신다.

- 니는 딸 안가지고 싶나?
- 응. 나는 딸 저언혀 안 가지고 싶어.
- 나이들수록 딸이 좋데이.
- 나는 늙으면 카페 가서 책 읽고 커피 마시고 그렇게 살다 죽을 거야. 내 성격엔 그게 딱 맞아. 딸 필요 없어.
-그럼 됐다.

엄마는 한 시름 놓으신 말투다.

-그럼 엄마랑 친구하자. 나는 딸이 좋던데.
-엄마, 그르케 매번 좋지만도 않아. 인생은 혼자야!


내색은 안했지만 엄마랑 친구 하자는 말씀에 가슴이 찡해졌다.
내가 딸에 대한 기대가 없는건 내가 기대할 수 없는 딸이기 때문이다.

인생은 혼자이지만, 또 나에게 딸은 없을테지만,
내 친구 울 엄마랑 오늘도 또리 육아로 티격태격할 수 있어 참 좋다.

엄마는 사랑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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