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독립기에 학습만화는 독이될까 실이될까?

읽기 독립, 학습만화에 맡겨도 괜찮을까요?
초등 입학 전 아이가 스스로 책을 읽기 시작하면 부모 입장에서는 참 반갑고 대견하죠.
공부도 되고 좋다 싶다가도 나이에 맞지 않는 책이 괜찮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해요.
저희 또리는 만4세에 why시리즈를 시작으로 요즘엔 퀴즈 과학상식을
만 5세 현재까지 하루에 한 시간 이상 읽는 것 같아요.
이과 성향이라 과학, 인체, 화학, 자연 등의 명확한 주제가 있는 학습만화에 바로 빠져들었어요.
하지만 분명 실도 있었어요.
오늘은 읽기 독립 시기에 학습만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활용하면 좋을지 이야기 나눠보려 해요.

학습만화의 좋은 점
다양한 배경지식을 자연스럽게 얻어요
역사 인물, 과학 원리, 수학 개념 등 딱딱한 주제를 쉽게 풀어주니까
아이들이 모르는 사이에 꽤 많은 걸 배워요.
생활 속에서 기억이 나는 지식들이 툭툭 나와요.
읽기 독립에 도움이 돼요
읽기 독립 전, 학습만화에 재미를 붙이면
자기가 좋아하는 주제의 책이기 때문에 읽으려고 애를 쓰다가 어느 순간 한글을 떼요.
책의 두께도, 글의 양도 그림책보다 확실히 많으니 한 권을 읽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점점 짧아졌어요.
그리고는 엄마 아빠에게 읽어달라던 그림책도 어느새 혼자 읽어버리기 시작했어요.
내가 느낀 실
깊이 있는 독서가 어려워질 수 있어요
학습만화는 빠른 전개와 강한 자극이 특징이라
생각하며 천천히 읽는 습관은 잘 길러지지 않을 수 있어요.
그림책을 봐도 예전에는 그림을 관찰하고 생각하며 읽었는데
요즘에는 글과 내용을 위주로 후루룩 읽고 덮어버려요.
줄글 책에 대한 거부감이 생길 수 있어요
편향된 성격의 학습만화에 익숙해지니 그렇지않아도 크게 좋아하지 않던 그림책은
재미가 없는지 거의 읽지 않아요.
책 속 말투와 어휘의 무분별한 사용


"이 녀석이!"
"야 이 바보야!"
바보가 센 욕은 아니지만..타인에게 썼을 때 옳은 단어는 아니라고 배울 연령이라고 생각하는데.
책을 보니 굳이 안 넣어도 되는 흐름이던데 왜 꼭 이 말을 넣은 걸까...
아마 일본에서 판권을 수입, 번역하며 그대로 내용이 들어간 것 같았어요.
엄마가 책을 일일이 읽고 고칠 수도 없고 오롯이 아이가 다 흡수합니다.

잠자리독서의 부재
늘 책을 세권씩 들고 와 도란도란 이야기하고 질문하고 대답하는 그 귀하던 시간이 없어졌어요.
아이는 잠자기 전까지 학습 만화를 읽고 싶어 하고
엄마가 읽어주는 속도를 기다리지 못해 그림책은 자기가 읽어버려 내용을 빨리 파악하고 싶어 해요.
캐릭터도, 내용도 학습만화에 비해 잔잔하니 더 재미가 없겠죠.
책 속에서 서로의 감정과 의견을 공유하고 배워나가는게 잠자리 독서의 목표였다면
그 귀했던 시간을 다시 돌리기는 어려워보여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이가 학습만화를 찾을 때 굳이 나중에 읽어도 되는 책은 나중에 읽는 게 낫다고 생각이 되어서
사실 께름칙했어요.
도서관 사서선생님께 여쭤봐도 아이가 좋아하면 괜찮은 것 같다 하셨고
유명 책 카페에도 물어보니 딱히 엄마들도 나쁘다는 의견이 없어서 사주긴 했지만
제가 직접 겪어보니 장점도 있었지만 분명 단점도 있었어요.
아이가 이과성향이라 세부적인 사항들에 관심이 많다면 차라리 플랩북을 추천해요.

보림 아티비티 무브무브 플랩북이나 어스본 플랩북처럼
아이 눈높이에 맞으면서도 세부적인 설명이 잘 되어있는 플랩북도 충분히 재밌을 것 같아요.

마무리하며
조금씩 넓혀가며 다양한 책 세계로 이끌어주는 것
그게 바로 부모의 역할이 아닐까 싶어요.
아이의 읽기는 아직 길게 펼쳐질 여정입니다.
첫걸음이 만화였다면 언젠가는 줄글책으로 넘어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