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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달간의 기록

임신 16주 신물 올라옴, 안정기의 의미

by 또리맘님_ 2020.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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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고 물을 좀 많이 마셨더니 신물이 올라왔다.

누워있다가 갑자기 욱-하고 올라 올 때도 있다.

작년 내내 식도염으로 고생했었지만

이렇게 울컥 올라온 적은 한번도 없었는데

확실히 자궁이 커지면서 위를 밀어내는 것 같다.


13주차부터 나를 괴롭히던 가드름이

이젠 더이상 나지 않고 자국도 점차 옅어진다.

생각해보니 신물과 동시에 가드름도 내 생애 처음 있는 일이었다.

임신은 정말 많은 것을 경험하게 한다.

스트레스가 적잖았는데 생각보다 일찍 사라지고 있어서 다행이다.

또 어떤 몸의 변화를 겪게 될까?

어떤 일도 겸허하고 감사하게 받아 들여야지.


임신 5개월을 맞았다.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보통 얘기하지만

안정기는 아기가 안전한 상태가 아니라고 한다.

임신초기의 증상들이 사라지며 신체적인 부담이 줄어드는 시기라고.

주위의 경험들을 미뤄보면 아기가 절대적으로 안전한 안정기는 없는 것 같다.

결국 임신 내내 몸 조심 하는 걸로.

 


이번 한주는 친정에서 친정천국을 맛봤다.

내 나름 이름 붙이길 '친캉스'다.

눈 뜨면 엄마가 출근 전 차려놓고 나가신 식탁 위의 풍요로운 밥을 먹고

하루종일 뒹굴 거리다가

낮잠을 잤다가, 카페가서 책도 읽었다가

저녁되면 근처 공원가서 시원한 바람 맞으며

엄마아빠랑 도란도란 이야기도 하고,

내가 먹고 싶던 엄마의 다슬기국도 맘껏 먹고.

넘 행복한 한주였다.

아빠는 편한 신발을 사주고 싶으셨는지

내 신발 사이즈에 관심을 가지시더니

운동화를 사 주셨는데 사이즈가 좀 컸다.

환불하러 가려고 하니까

엄마가 임산부는 취소같은 것도 하는거 아니래서 엄청 웃었다.

취소같은거 하지말고 예쁜거 사기만 하라고 하셨다.

뉴스에 나오는 험한 사건들을 얘기 할라치면

그런 말 하는거 아니야. 하고 딱 자르시는게 엄마지만 넘 귀엽다.

(재밌어서 더 함)

누가 보면 엄마가 태교하는 줄 알겠다.

엄마가 나를 가졌을 땐 땅도 안쳐다 보셨다고...

나에게 허락된 것이 별로 없는 것 같지만

마음 따뜻해지는 한 주 였다.

 

나도 예쁜 것만 보고 깨끗한 것만 보고 싶은데

뉴스만 보면 무서운 이야기들이 득실하고

인터넷 카페만 보더라도 자극적인 말들이 오고간다.

게다가 10개월 동안 평온함을 유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나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니까.

어쩌면, 좋은 생각만 하라는 것은

잉태하는 10개월 동안 긍정의 뇌 근육을 튼튼하게 만들어서

왠만한 일에는 감정이 흔들리지 않는

엄마가 되라는 뜻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행복할 연습도 필요하다.

남은 5개월, 엄마 말씀대로 예쁜 생각만 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행복할 연습을 해서

아기한테도 긍정엄마가 되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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