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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책과 놀이

31개월 아이에게는 놀이가 삶이고 배움이다

by 또리맘님_ 2022.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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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간 비비적거리다가 온 친정에서 아이는 많이 웃고, 많이 자라서 왔어요.
오랜만에 간 어린이집에서 선생님은 또리가 형아가 되어서 왔다고 하시더군요.

엄마와 떨어져 있을 생각에 아침부터 울상을 짓지 않아도 되고,
자다 깨면 곧장 할머니 할아버지를 찾아 방 문을 열고 뛰어가는 통에
할머니는 새벽부터 일어나서 손주와 놀아주셔야 했지만, 아이는 그저 매일이 즐거워 보였어요.


할머니가 살아있는 다슬기랑 전복을 만져보라며 아이에게 주셨어요.
움직이는 게 무섭지도 않은지 깔깔거리면서 장난을 쳤어요. 물놀이 장난감으로 착각한 건 아닐까 모르겠네요.


그런가 하면 증조할머니 댁이 있는 시골에 가서 자연관찰책에서만 보던 벼, 대추, 감, 고구마, 옥수수 마음껏 봤답니다.

지천에 널린 게 풀이고 돌이고 흙이고 나뭇가지라 아이의 놀잇감이 되어줍니다.
이런 게 찐 자연관찰이지 자연관찰 책이 다 무어냐 싶었어요.
모기에는 많이 물어 뜯기고 왔고요.


어느 날엔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산에 올랐어요.
다람쥐처럼 재빠르게 오르다가, 신기한 풀이 보이면 뜯고 보다가
위험한 구간이 나오면 할아버지가 안아 주시다가 또 등목도 태워주시며 무사히 다녀왔답니다.

그날은 또리가 밥도 아주 많이 먹었던 것 같아요.
아이들이 이 정도로 설쳐대야 밥도 잘 먹고 건강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어나면 동네 낮은 산을 오르며 놀고,
집에 와서 밥 먹고 낮잠 잔 후에 저녁 먹고 또 나가서 노는 삶이 계속되었습니다.

저 혼자였다면 이렇게 나가서 놀아 줄 체력이 안되었을 텐데
아이를 함께 돌봐주시는 친정엄마가 계시니 체력 확보가 되었어요.
육아는 공동육아가 답이고 진리임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적어도 저에겐...


예전엔 할머니 댁 갈 때도, 여행을 갈 때 조차도 책을 들고 갔었는데 요즘에는 일부러 안 가져 다녀요.
책이 필요하면 도서관에 가서 잠깐 보고 와요. 흥미가 있어서 다섯 번 여섯 번 들춰보는 책은 빌려주고요.

그런데 어라, 지난달(30개월)에 도서관에 왔을 때와 조금 다릅니다.

책을 꺼내서 훑어보고는 다시 원래 자리에 넣고,
제가 도서관에서는 낮은 목소리로 조용히 이야기해야 한다고 하니 속닥속닥 하고 싶은 말을 하더군요.
도서관 예절을 눈치껏 익힐 수 있는 월령이 된 거지요.
빌려온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이라고 깨끗이 봐야 한다고 하면 이해하고요.
이제는 둘이서 책을 보며 도서관 데이트를 함께 즐길 수 있음에 감격했답니다.


살아있는 교육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한 것 같지만, 아이가 마음껏 놀며 한 뼘 더 자라길 바라는 마음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 듬뿍 받고 매일 신나게 놀았던 31개월 아이의 일상을 남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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