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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달간의 기록

수술 한지 한달, 아기 월령도 1개월

by 또리맘님_ 2020.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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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보고 있어도 보고싶은 아기.

보면 조그만게 어른 미니어쳐같아서 귀여워죽겠다.

생명이란 참 신기한거구나. 메마른 내 영혼에 촉촉한 단비가 내린다.

아가야 너는 태어남 자체가 효도였어.

앞으로 건강하고 행복하게만 자라준다면 엄마는 더 바랄게 없단다.

 

2. 내가 인간을 만들어 세상에 내놓았단게 정말로 신기하다.

세상에 없던 걸 내가 만들었다! 아기를 볼 때마다 너무 경이롭다.

얘가 우리 아기라는게 신기하지 않아?

우리가 만들었단게 신기하지 않아?

나랑 자기를 반반 닮은게 신기하지 않아? 라고 하자

남편은 나에게 지도 여자라고(?) 애도 다 낳고 신기하고 기특하다고 했다.

3. 인스타그램도 내 핸드폰 사진첩도 내 머릿속도 온통 아기라 내가 없어졌다 ㅜㅜ

그렇다고 밖에 나가 놀자니 몸이 고되고 관절이 내 관절이 아니다.

핸드폰하는데 손가락이 시큰하다.

시간이 빨리가서 얼른 회복이 되었음 좋겠다.

4. 임신 기간 내내 예쁘게 꾸미질 못했으니 염색을 하고 싶었는데

출산 경험이 있는 친구가 단박에 말렸다.

그걸 꼭 지금 해야겠냐며 직구를 날렸다.

두피가 예민해져 있다고.. 친구 덕에 정신 차린다.

5. 그런 점에서 여자에게 임신과 출산과 육아는 넘 가혹하다.

그나마 나는 단유를 해서 24시간 아기한테 매달려있을 필요도 없고

남편이나 이모님한테 아기를 맡겨두고 내 볼 일 보러 갈 수 있는데도

뭔가 여자만 손해같은 느낌을 져버릴 수 없다.

임신은 시작이었고, 육아라는건 돌이킬 수 없는 무게의 책임감이다.

평생을 이기적으로 살아 온 내가

내 몸과 내 시간과 내가 하고싶은 걸 희생해야 한단 사실이 아직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리저리 쏘다니며 살다가 조선시대 아녀자마냥 집 안에서 몸조리하려니 이게 뭔가 싶다.

6. 그런데 나빼고 다들 그냥 받아들이고 사는 것 같아서 뭐랄까 소외감같은게 든다.

7. 남편의 시험 합격소식에 짝짝짝.

임신기간동안 집안일 도맡아하며 시험준비하고,

시험 며칠 전이 제왕날짜라 밤새 오로닦고 간호해주고,

애 낳고 조리원가서 산후우울감땜에 울고불고 한 내 옆에 시험 전까지 꼭 붙어있어준 남편에게 고맙다.

지난 1년간 부담감이 컸을텐데 맘편히 태교하게 해준 것도 넘 고맙다.

1차 합격 때는 조리원에서 와인이라도 마셨는데 이번엔 아기를 봐야 해서 술은 못 마시고 치킨으로 대신했다.

8. 출산 전 구매한 베이비브레짜는 완분아기한테, 아니 완분 아기가 있는 부모에게 필수템이다.

이거 없었음 분유타고 물타고 섞고 생각만 해도 귀찮다.

이번에 와디즈에서 브레짜 이유식기를 펀딩했는데 남편이 진즉에 알고 펀딩에 참여했다.

육아 편하게 하기!

그리고 남은 에너지로 온전히 아기를 사랑해주기. 예쁜 말 많이 해주기.

 

 

9. 지난 주 부터 시작한 내 몸 회복 프로젝트는 한 주동안 무난히 진행중이다.

밀리의 서재를 정기구독하고 있어서 아기 트름시키고 잠재우면서 핸드폰으로 틈틈히 책을 읽고 있는데,

이번 주에 시작한 책은 <아이가 잠들면 서재로 숨었다>.

공감 가는 내용도, 아닌 내용도 있지만 엄마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흥미롭고 시간도 순삭이다.

스트레칭도 며칠간 했더니 삐걱대던 몸이 점차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다.

첨엔 바닥에 바로 눕는 것도 힘이 들었는데 지금은 좀 익숙해졌다.

아기가 태어난지 딱 한 달, 내가 수술한지도 딱 한달.

걷기도 힘들고 배에 힘도 주기 힘들었는데 지금은 제법 복근에 힘이 들어간다.

제왕절개 산모에게 산욕기는 통상 8주라고 한다.

나머지 한달간도 몸조리 잘 해야지.

10. 아기 몸무게는 5키로를 넘었고 분유량도 120으로 늘려 하루 8번 3시간 텀을 지키고 있다.

3시간 전후로 귀신같이 깨서 우는 아기. 잘 먹어줘서 고맙고 잘 커 줘서 고맙다.

 

엄마는 이래야 한다는 명령과 죄책감, 수치심과 불안, 두려움은 쓰레기통에 버리겠다.
내가 할 수 없는 것 때문에 나를 비난하는 대신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을 칭찬하겠다. 
세상의 잣대가 만들어낸 내 모습 안에 숨어 있는 진짜 내 모습, 
반짝이는 줄도 몰랐던 나의 조각을 찾아 어루만지겠다. 
세상이 강요하는 틀에 갇혀 내가 나를 공격하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가진 장점과 단점을 그대로 인정하는 사람,
다른 그 누구보다 나 자신에게 친절하고 자상한 사람, 
나에게 반드시 필요한 사람은 바로 그런 사람이다. 
나는 이제 그런 사람으로 살겠다. 

- <아이가 잠들면 서재로 숨었다>, 김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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