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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육아팁공유

산후우울증과 단유약

by 또리맘님_ 2020.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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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유를 하기까지 많이 고민했다. 

다음날 신생아실에 완분을 하겠다고 말했다. 

젖을 물리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아이를 보는게 두려울 정도면 완분을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그 당시엔 우는 아기를 쳐다보기도 무서웠다.

나한테서 제발 떨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기새처럼 입을 벌리며 우는 아기는 내가 필요했다.

 

 

젖을 주지 않으니 가슴은 돌덩이처럼 딱딱해지고 젖이 뚝뚝 흘러나왔다. 

무작정 유축기에 대고 젖을 빼내니 대충 80ml가 나왔다. 

더 빼내면 젖이 더 돌까봐 그만 뒀다. 

가슴이 아파서 모유수유센터에 예약해 마사지를 받고 젖을 빼냈다.

 

 

젖을 빼내는 과정은 정말 통증을 잘 참는 나도 악 소리가 난다.

가슴을 빨래짜듯이 사정없이 누르고 그런 내 가슴에선 젖이 사방으로 튀어나와서 

정말이지.. 나만 그렇게 느끼는지는 모르겠지만 굴욕적이었다.

내가 사람이 아니라 젖소가 된 기분이었다.

 

 

단유방법을 검색했다. 

유축을 하며 차츰 젖의 양을 줄이거나, 양배추를 붙여놓고 잔다거나 엿기름을 먹는다거나

시간이 걸리는 방법은 생각 할 겨를도 없었다. 

정답은 단유약이었다.

 

 

산부인과가서 담당샘을 기다리는데

눈물이 흘렀다. 내 차례를 기다리며 눈 벌게져서 울었다. 

너무 부끄러웠지만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맘씨 좋은 샘이 수술 끝나고 들어오시면서

아까 우는거 같던데~ 무슨 일 있어요? 하시길래 부끄러워서 엄마랑 통화했다고 얼버무렸다.

그리고 단유약 처방을 말씀드리자 다시한번 생각해보라고 하셨다. 

그리고 다음 번에 왔을 때도 그러면 처방 해 주시겠다고 했다. 

 

그리고 다음번 소독 때 갔을 때 단유약 두 알을 처방 받았다. 

하루 한 알씩 딱 두알이다. 

 

부작용이야기가 많아서 무서웠지만 이틀만에 딱딱해져 있던 가슴이 말랑해졌다. 

그리고 젖이 멈췄다. 

허무하게 끝이었다. 

 

 

 

단유를 했다고 하니 다들 아쉬워했다. 

초유는 먹였냐 해서 그렇다고 하니 다들 그럼 됐다고했다. 

 

신생아실 사람들의 눈초리가 나를 정 없는 매몰찬 엄마로 몰아가는 것 같아 따가웠다. 

엄마가 되니 내 행동이 나만의 행동이 아닌게 되어 사람들의 평가를 받았다. 

좋은 엄마, 나쁜 엄마. 

 

 

남편은 어떤 선택을 하든 내가 행복하면 된다고 했다. 

가족들의 지지가 큰 힘이 되었다. 

그리고 아기를 키우면서 늘 내가 하는 선택의 기준은 내가 우리 아기를 웃는 낯으로 반길 수 있는가? 이다. 

 

 

만 7개월 또리는 몸무게 10키로의 튼튼한 완분아가이다.

혹시 엄마 젖을 못 물어 심장소리를 못 들을까, 엄마 냄새를 모를까 싶어서 끌어안고 살았다. 

분유를 주면서도 가슴에 꼭 끌어안고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했다. 

 

이젠 버거워서 수유쿠션에 내려놓았지만 스스로 젖병을 잡고 우유를 먹을 수 있어도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를 하는 건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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