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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엄마표 영어

엄마가 읽어주는 영어책은 발음에 좋지 않을까?

by 또리맘님_ 2021. 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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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5세 아이의 학부모인 친구와 만나 영어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친구가 유아교육전에 갔는데 어느 유명한 영어 교육 전문업체 직원의 말이
집에서 엄마가 책을 읽어주면 아기의 발음이 나빠지기때문에 읽어주면 안된다고...
상술로 치부하고 넘어갔지만 저는 이 말이 왜 틀린 건지를 며칠동안 곰곰히 생각해보았답니다. 
 

 
일단은 판매원이 이야기 하는게 정확히 발음인지 억양인지를 따져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어요. 
어떤 사람의 발음이 좋지 않다고 말을 할 때 
'영미권 사람들의 영어처럼 들리지 않는다'로 혼동을 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있거든요. 
이 때 말하는 발음은 사실 발음 문제가 아니라 인도사람이 쓰는 영어에 인도말의 억양이, 
필리핀 영어에서 필리핀어의 억양이 묻어나듯이 
한국인의 영어에도 똑같이 한국인의 억양이 묻어나는 것을 말합니다. 
 
오늘 아침에 BBC뉴스를 들었어요. 
인터뷰하는 사람이나 아나운서의 말투가 정말 가지각색이더라구요.
이민자와 난민의 영어, 비영어권 사람들의 영어와 영국영어 사투리까지 모두 합세해서 
어떤 영어는 제가 알아듣기 힘들 정도였어요. 
너무 다양해서 어디서 온 영어인지 모를 정도라 마치 스탠다드한 영어란 존재하지 않아보였어요. 
 
영어책을 읽어주는 목적이 아이가 세상 밖으로 나가 세계인들과 원활이 소통하는데 도움주기 위함이라면
다양한 영어 억양 속에 섞이게 될 것이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꼭 솰라솰라 미국영어, 영국영어같을 필요는 없다는 결론을 냈어요. 
 
 
그렇다면 토종 한국인 엄마가 영어책을 읽어줘서 정말 발음이 나빠지면 어떡할 것인가?
 
제가 사는 아파트는 아이들이 정말 많이 살아요.  그리고 영어로 대화하는 엄마와 아이들을 가끔씩 볼 수 있어요. 
그렇다고 원어민이나 교포라서 하는 영어는 아니고요,  일상 생활 속에서 영어를 사용해주고자 하는 노력들이 들려요. 
아이가 넘어질뻔 하니 엄마가 "Are you Okay?" 하고 묻고, 아이는 "I am Okay"하고 대답하고요.
 
만약 엄마가 읽어주는 영어책이 발음 문제로 부정당해야 한다면, 이런 생활 속 노력들도 역시 문제가 될까요? 
엄마의 발음이 아무리 구린들(?) 그 속에서도 배우는 것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어휘든, 문법이든, 표현이든, 엄마와의 추억이든 그게 뭐가 되었든지요. 
    
 
아기에게 그림책을 계속 읽어주면 아기는 시간이지나며 글자를 통으로 익히게 됩니다. 
통문자를 익힌다고 하지요. 
그러다보면 정식으로 글자를 배운게 아니다보니 빈 틈이 많게 돼요. '친'구를 '천'구로 읽거나 하는 실수를 해요.  
그래도 괜찮아요. 통문자를 알기때문에 한글 원리만 알려주면 곧바로 고칠 수 있거든요. 
 
저는 영어 발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엄마가 r을 l로 읽든, th를 t로 읽든간에 아이가 살면서 받는 영어 input이 엄마 한 명만 있는 것도 아닐테고요, 
학교도 다니고, 외국인도 만나고, 세이펜으로도 듣고, 외국 만화도 보고 또 유튜브도 보고 그러지 않겠어요?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레 다른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는게 언어라고 생각해요. 
 
 
영어에는 이해를 바탕으로 해서 점차 세부적으로 접근하는 Top-down방식의 교수법, 
그리고 세부적 내용부터 접근하여 총제적으로 접근하는 Bottom-up방식의 교수법이 있다고 예전에 한번 썼었는데요,
저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영어라고 하면 너무 완벽(네이티브에 근접한 억양과 발음)하기 위해 애쓰지 않나 싶어요. 
모든 나라에 학원(또는 영유)이 있어서 아이들이 올바른 파닉스를 배우고 단어를 익히며 영어를 배우는건 아닐거에요. 
실제로 너무 작은 부분부터 포커스를 해서 영어를 배우기 시작하면 자신감도 잃고 흥미도 사라져요.
 
제가 외고에서 교사생활을 할 때 수행평가를 해보면 외국생활을 해서 발음과 억양은 그럴듯한데 
정작 내용에 알맹이는 없어서 말하기 수행평가 점수를 잘 받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었거든요. 
물론 세부적으로 읽는 법을 확실히 아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많다고 말씀드립니다.  
 
그래서 제 결론은요, 영어는 그저 의사소통 수단입니다.
엄마가 영어책을 읽어줘서 아이의 발음에 악영향을 끼친다하는 최악의 경우가 있다고 가정하더라도요.
자신감있게, 또박또박, 조리있게 하고 싶은 말을 하면 발음을 몇 개 틀린다 한들 
이해 안 될 것도 없다고 생각해요. 언어니까 맥락이 있고 우리는 맥락으로 이해를 하잖아요. 그게 의사소통이고요. 
 
저는 중국에서, 캐나다에서, 그리고 미국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어요. 
그리고 정말 다양한 국가에서 온 사람들과 교류하며 다양한 억양, 다양한 발음들을 들어봤고요.
상대의 발음이 틀렸다고 해서 의사소통이 안 된 적은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아이의 발음이 나빠지기 때문에 엄마가 영어책을 읽어주면 안된다는 말에 되묻고 싶네요. 
So what? 그래서 뭐?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구냐는 속담도 있듯이
발음 틀릴까 무서워서 아예 안 읽어주는 것 보다는 엄마가 요리 조리 읽어주는게 낫지 않을까. 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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