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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에세이] 침대 위의 우주 대학생 새내기 때는 학교가 그리 재미있었다. 어른이 된 기념으로 또각또각 하이힐을 신고, 공들인 화장을 하고 학교에 가면 수업은 듣는 둥 마는 둥, 수업을 마치면 친구와 냅다 번화가로 가서 다음 날 입을 옷을 쇼핑하며 깔깔대고는 다음날 학교에 가면 할 말은 왜 그렇게 또 생기는지 재잘재잘 우리의 수다는 끝이 없었다. 그리고도 모자라 메신저에 들어가서 밤새 동기들과 채팅을 하고 놀던 나의 대학교 새내기 시절. 매일이 호기심이고 새로움이자 즐거움이었다. 그때의 F들을 만회하기 위해 훗날 방학마다 계절학기를 들어야 했지만. 직장에 다닐 땐 남자 친구와 둘이 있는 시간이 내 전부가 된 것 같았다. 서로가 너무 바쁘고 힘든 시기였지만 체력적 시간적 문제는 우리에게 장애가 되지 않았다. 눈 쌓인 겨울날, 보고 싶어.. 2022. 5. 10.
[육아에세이] 완전한 타인 "엄마 사랑해요." 27개월 아기가 수줍은 눈빛으로 꽃을 내밀었다. 두 눈이 반짝반짝, 발그스레한 광대가 자두처럼 동글동글. 엄마의 집안일을 도와준다거나 뿌듯한 일을 했을 때의 바로 그 표정으로. 식물을 무지하게 사랑하는 아기 덕분에 집에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라고 사 준 조화가 있다. "어머.. 예쁘네. 고마워. 엄마도 또리 많이 사랑해." 아직 말도 서툰 아이의 갑작스러운 사랑 고백에 놀라고 기뻤지만 어쩐지 감동보다는 아쉬움이 느껴졌다. 아이가 언제 이렇게 커버렸을까? 아이는 태어나 자신과 엄마를 동일시한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건 입을 오물거리며 힘차게 젖을 빠는 일 밖에 없다. 생을 의지할 곳은 오로지 엄마뿐. 엄마의 냄새를 맡고 익숙한 목소리를 찾는다. 조금씩 성장하며 자아가 생기지만 두려움도 앞.. 2022. 5. 4.
3차 접종 3일 후 오미크론 걸린 아기엄마 생생경험 (증상, 대처, 난관, 극복) 내가 걸렸다고? 32만 명 중 하나가 나라고? 결국 걸렸구나. 아기는 어떡하지? 어디서 걸린 거지? 중국... 이것들을 그냥.. 저는 천하무적인 줄 알았습니다. (당시) 32만 명으로 치솟는 오미크론 확진자 소식에도 포함되지 않았고, 양성이 나오기 3일 전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이 코로나 전쟁에서 살아남겠노라며 3차 접종까지 완료했으니까요. 3차 접종 후 아프기 시작한 게.. 코로나에 걸려서 그런 거였을까요? 차라리 3차 접종을 맞으러 30분 길을 도보로 걸어가지 않았더라면 오미크론에 감염될 확률이 줄어들었을까요? 많은 생각을 뒤로하고.. ⦿ 증상 피로, 눈알이 빠질 것 같은 코감기가 하루 종일 있었습니다 (코막힘, 재채기) 봄이라고 옷을 얇게 입어서 좀 떨었더니 그런가 싶기도 하고, 3차 접종 후 몸살기.. 2022. 3. 19.
[육아에세이] 이마트에서 사온 아기 며칠 전 한 유머글을 읽었다. 아이가 부모님께 자기는 어디서 왔냐고 질문하니 이마트에서 사 왔는데 영수증을 찢어 버려 반품을 못해서 같이 살게 되었다고 대답했다고 요즘은 다리 밑이 아니라 마트에서 사 왔다고 한다며 유머로 퍼진 글이다. 어른만 재밌고 아이는 속상했을 그 짓궂은 말에 웃을 수가 없었다. 인정컨데 나는 매사 진지한 편이다. 막연히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는 말은 한국전쟁을 겪으며 피난할 때 생긴 말이 아닌가 싶었는데 그 근원지를 찾아보니 훨씬 더 이전에 생긴 말이었다. 1457년, 수양대군이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에 오르자 수양대군의 동생 금성대군이 순흥으로 유배를 오게 되는데, 이때 금성대군이 단종의 복위를 돕기 위해 반란을 꾀하다가 죽임을 당하게 되고 금성대군뿐 아니라 죄 없는 순흥 사람들이 .. 2022. 3. 19.
[육아에세이] 오미크론 감염으로 얻은 것 신규 확진자 38만 명, 역대 최다라는 숫자 속에 내가 포함이 되어있다. 3차 접종을 맞은 지 3일 만에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이. 어디서 걸렸을지 생각하는 호사는 접어두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판단해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남편과 아기는 검사 결과 음성이었다. 아이가 아프지 않다는 것, 그리고 돌봐줄 사람이 있다는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남편은 난처한 듯 보였다. 이제까지 전적으로 육아는 주부인 내 담당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남편을 '시켜서' 아기 밥을 먹이거나, 퇴근 후에 좀비가 되어서 아기랑 같이 있어주기는 했지만 하루에 한두 시간 함께 있는 게 전부이다 보니 아이와 어떻게 놀아줘야 하는지, 아기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를 잘 모르는 것 같았다. 동물과 교감을 하는 사람을 동물의사소통사.. 2022. 3. 14.
[육아에세이] 남편의 백수선언 생각보다 많이 힘들었나 보다. 하기는 의대 졸업반 때 만나서 그 과정들을 옆에서 지켜봤다. 계속되는 자격시험들과 끝없는 수련 생활. 아이는 남편의 전문의 시험 3일 전에 세상으로 나왔고, 신생아 육아와 코로나 최전방 사이를 오고 가며 전쟁처럼 살았다. 그리고 남편이 퇴사를 결심했을 때 나는 누구보다 응원을 했다. 그래, 그간 너무 고생많았노라. 쉬면서 체력도 회복하고 가족끼리 여행도 많이 다니자고. 남편은 삼식이(백수로서 집에 칩거하며 세 끼를 꼬박꼬박 찾아먹는 사람)는 안 하겠다며 자신이 먹을 도시락을 스스로 배달시키는 준비성도 갖춘 사람이었다. 그렇게 한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기를 며칠이 지나고... 나에게는 큰 아기와 작은 아기, 아들이 둘이 생겼다. 오해하지 마시라. 큰 아기는 우리 또리고 작은 아.. 2022. 3. 9.
엄마표 아기 두돌상, 셀프 돌상 차리기 준비물 준비한 것들 꽃 케이크 떡 (도장 송편, 수수떡, 오색경단, 백설기) 과일 파티용품 (풍선, 가랜드) 아기 옷 아기의 두돌, 엄마의 마음이 괜히 설렙니다. 목도 가누지 못하는 아기를 의자에 앉혀서 붙잡고 사진을 찍었던 백일의 기억이 생생한데 한 달 한 달.. 시간이 지나더니 어느새 믿기지 않게도 두 돌이 되었어요. 감회도 새롭고, 잘 커준 아기한테 고맙고.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기분입니다. 괜히 들떠서 주변 선배 엄마들에게 저희 아기 두 돌 되었습니다~하고 자랑을 하니 다들 진심으로 축하해줍니다. 모두가 엄마라는 같은 이름으로 겪을 수 밖에 없는 그동안의 어려움을 알기에 아기 두돌도 축하하지만 무엇보다 엄마가 고생이 많았다고 제가 더 축하받았어요. 그때서야 나 역시도 엄마로 자라느라 고생했다 스스로 다독.. 2022. 2. 4.
[육아에세이] 주부의 자기 소개 얼마 전에 사람들 앞에서 자기소개를 할 기회가 생겼다. 멋진 사람들의 멋진 자기 소개가 이어졌다. 나 역시 적당히 비슷한 맥락으로 투 머치한 정보는 자제하고 적당한 겸손을 섞어 나를 알렸다. 말을 하고 보니 내 껍데기의 나열일뿐 진짜 나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던 것 같아서 아쉬움이 남았다. 뭐, 사람들은 내 취미가 뭔지 보다는 내 껍데기가 궁금했을테니까 상관없을 테지만 말이다. 어렸을 때는 내 이름만 이야기 하면 되었다. 대학교에 들어가면 거기에 전공과 학번이 붙는다. 그리고 직장인의 자기소개는 이름, 나이, 직업 세 개로 살아온 삶이 설명된다. 길게 고민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직업이 주부가 되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나를 알릴것인가가 애매하다. 사실 기회도 많지 않을 뿐더러 할 기회가 있다 해도 내 얘기보.. 2022. 1. 19.
[육아에세이] 지금 나에게 필요한건 '자기 관리'라는 흔하고 뻔한 단어가 올해 들어 가슴에 꽂혔다. 연예인이나 쓰는 줄 알았던 그 한마디가 지금 내가 필요한 말인지도 모르겠다고. 해가 지나며 한 해의 계획이랄까, 목표랄까, 바람 같은걸 생각해봤다. 새해라는 좋은 구실이 명분없이 흘러가던 일상에 기회를 준다. 아기 낳고부터 도전해보고 싶던 프리다이빙이라던가, 영남알프스 등정과 같은 생각만 해도 설레고 신나는 일들도 떠올랐지만 임신 때 찐 살 빼기, 영양가 있게 잘 챙겨 먹기와 같은 소소한 것들이 이내 마음에 들어왔다. 한마디로 '자기관리하기' 였다. 아침 생활 정보 프로그램에는 주부들의 다이어트 성공스토리가 유독 많이 나온다. '연년생 아이를 연이어 낳고 보니...' '밥 챙겨먹을 시간이 없어 배달 음식으로 때우다 보니...' '집에서 애만.. 2022. 1. 7.